1. 들어가며
- 지난 일지에서 호기롭게 나름대로의 방학 계획을 세운 것과는 별개로 막상 2주가 지난 지금 손에 쥐어진 결과물이 거의 없다. 퇴근 후에 무언가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매일의 연속인 것 같다.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 느낌이랄까. 이번 2주는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과 내 한계를 인정해야 했던 씁쓸함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. 하지만 돌이켜보면 마냥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.
2. 하고 싶지만 버거운, 프로젝트라는 기회 비용
- 지난 달 프로젝트 발표를 보면서 흥미있는 프로젝트들도 있었고, 기회가 되면 참여해서 뭔가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 다만 현재 내 상황 상 참여해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신청하지는 못했다. 사실 여력이 안되면 참여가 불가능한 것이 너무나 맞지만 한편으로는 못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.
- 주변을 보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운동도 꾸준히 하고, 학교 학업에 개인 공부나 프로젝트까지 척척 병행해 내는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. 그분들을 볼 때마다 리스펙하는 마음이 들면서도, 한편으로는 갓생에 대한 부러움이나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. 뭔가 나는 직장/ 운동만으로도 체력이 후달리는 느낌이랄까.
-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프로젝트까지 완수해 내기에는 지금 내게 남은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았기도 하고. 이미 정신적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을 벌였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 게 뻔했다. 기회를 눈앞에서 흘려보낸 아쉬움이 꽤 크게 남았지만, 하고 싶은 마음과 버거운 현실 사이에서 이것이 지금의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리얼하고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중.
3. 방전된 배터리와 번아웃을 다루는 법
- 그동안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, 이번 분기에 너무 과부하가 걸렸던 탓인지 번아웃의 여파가 생각보다 길고 무겁게 찾아왔다. 사실 회사 일만으로도 6월까지는 뭔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, 7월이 들어서 약간 나아지는 것 같기도. 좀 더 쉬어야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.
- 사실 그 동안 지난 일지에서 다짐했던 데이터베이스 복습이나 파이썬 공부 같은 거창한 방학 계획들도 지금의 방전된 상태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졌다. 예전 같았으면 일도 공부도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심한 자책감을 느꼈을 텐데, 지금은 그냥 이 무기력함을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. 억지로 채찍질을 해서 엔진을 돌리기보다, 지금은 아쉽더라도 잠시 멈춰 서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. 방학 동안 복습을 하겠다는 계획은 유효하지만, 그 속도는 지금 내 배터리 잔량에 맞추어 아주 천천히, 가볍게 조절해야 할 것 같다.
4. 마치며
- 아무것도 한 게 없는 2주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, 돌이켜보면 내 한계를 마주하고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. 사실 최근 평가 기간이었는데, 반 년 동안 진행한 업무들을 돌이켜보며 작성하다 보니 진짜로 생각보다 더 힘들만 했다는 것을 느끼긴 했다. 뭔가 매년 업무가 많아지기만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... 워낙 몰릴 때 한 번에 몰리는 직무라지만 이 번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.
- 다행히 학사 일정의 압박이 없는 방학이기에 이런 멈춤도 허용되는 것이라 위안을 삼아본다. 조만간 다가올 리프레시 휴가 때만큼은 정말로 모든 스위치를 끄고 완벽한 기능 정지 상태로 쉬다 올 예정이다. 그때까지는 회사 일도, 공부도 너무 욕심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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